신의진, 느림보 학습법(랜덤하우스, 2001) 읽다.


느리지만 단단한 걸음


학습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두뇌, IQ. 독해력이 됐든, 암기력이 됐든 연산 능력이 좋은 학생은 그렇지 못한 학생보다 학습의 성과가 좋다. 이 격차는 고학년으로 갈수록 더 커진다. 불편하지만, 사실이다. 그러나 두뇌회전은 대부분 천부적인 것. 곧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너무 좌절하진 말자. 입시 성공이 곧 인생 성공은 아니니.

연산력은 조금 뒤져도 입시에 성공한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 아이들은 대략 성향이 좋다. 성과가 뚜렷하진 않지만, 단기간에 성적이 오르진 않지만, 어느새 이만큼씩 성장하는 친구들도 있다. 괄목상대. 나는 그것을 성향이라 부른다. 책을 좋아하는 습성, 일과를 반성하고 내일을 설계하는 버릇, 그런 것들이 좋은 성향이다. 물론 좋은 성향의 친구들이 입시에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높은 확률로 인생에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두 아이의 아빠로서 미안하다. 아빠, 엄마가 갖고 있는 유전자 풀이 이만큼밖에 못 돼서 좋은 머리를 너희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었으니. 하지만 좋은 성향을 만들어 주려고 나름 노력하고 있다. 늘 책과 가까이 하거나, 여러 체험을 함께 하거나, 밝고 긍정적인 아이로 자라도록 독려해 주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손에 쥐는 지식의 부스러기가 아니다. 좋은 성향 그것이 필요하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책의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이 정확하게 합치해 놀랐다. 막연하게, 직관적으로만 판단했던 내 교육법이 옳다고 해당 전문가가 인정해 주었다. 잘했다고 쓰담쓰담해 준 것 같아 으쓱하다. 좋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저자의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느림보 학습법을 소개하는 1~3부와 학습과 관계된 FAQ로 구성된 4. 느림보 학습법이란, 지금 당장 지식을 얻는 데 주력할 것이 아니라 비록 느려 보이나 학습에 있어 흥미를 잃지 않게끔 지속적으로 관리해 주는 것을 말한다.

잠깐. 생각해 보니 나의 경우는 학습에 있어 방임이었던가. 곰곰

Posted by 가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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