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구모 요시노리, 11(위즈덤스타일, 2012, 양영철 역) 읽다.

 

어느 의학 박사의 신앙 고백서

 


아내는 일 년에 대략 50회 정도의 다이어트 시도를 한다. 그러니까 산술적으로 일주일에 1회 정도 다이어트 시도를 하는 셈이다. 하지만 ‘50회의 다이어트 시도라는 표현 그대로 그것은 시도나 시행에 그치는 객기 정도가 적당하다. 나나 아내의 식탐은 다이어트를 늘 내일부터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우리는 늘 음식 앞에서 가녀리고 애처로운 짐승이다. 나는 늘 야식 앞에 항복한다. 그러나 아내는 야식 후 불러진 배를 감싸 쥐고 후회와 성찰과 반성과 반전과 재기와 의지와 열정을 꿈꾼다. 달리 말해 이 책은 아내가 구입했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책이 늘상 그렇듯 자극적이며 심플한 표제 아래에는 뭔가 위엄 있고, 요동치게 하며, 가슴 설레는 부제가 달려 있다. ‘내 몸을 살리는 52일 공복 프로젝트

 

현업 의사인 필자의 주장은 간결하다 못해 어딘가 , 이게 다야?’라는 의심을 품게 만든다.

이런 거다. 인간은 아주 장구한 세월동안 추위와 기아에 적응하며 유전의 프로세스를 갖추었다. 그러므로 인간이 추위와 기아의 환경에 노출되는 것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유전자에게 최적의 조건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 포식난의(飽食暖衣)를 하게 된 것은 고작 백 년의 기간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 몸에 치명적이다. 따라서 추위와 기아의 환경을 만들자. 공복의 상태를 만드는 거(온도라는 환경은 제어 불가능한 영역이므로). 그렇게 되면 장수 유전자인 시르투인이 발현해 우리를 장수하게 만들 것이다. 식사는 하루에 한 끼가 적당하며, 음식은 가급적 통째로 먹어야 한다. 물고기도 통째로, 채소도 통째로, 곡물은 도정하지 않은 상태의 것을 먹어야 한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통째로 섭취해야 그것을 먹는 우리도 건강해 질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의심스럽다.

1. 이 주장이 설득력 있기 위해서는 기아와 추위에 시달렸던 과거 인간들의 평균 수명이 따뜻하고 배부른 현대인보다 길어야 한다. 이에 대한 근거 사례가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도 배치된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문명의 발달과 함께 늘어났기 때문이다.

2. 필자는 현재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지역이 북반구의 잘 사는 국가보다 출생률이 높다고 했고, 따라서 과식은 출생률 저하의 직접적 이유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지나치게 편협된 자료 해석이다. 이른바 경제적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나라에서는 피임성교육’, 그리고 성년이 되기 전의 혼례 금지 등을 통해 출산율을 인위적으로 조절한다. 하지만 경제적 극빈국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지 않은가. 동시에 기아와 출생률의 연결 고리를 채우는 순간, 1의 문제가 발생한다. 아프리카 기아국의 평균 수명은 매우 낮다.

3. 고백과 주장은 다르다. 필자가 주장하는 11은 고백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주장으로서는 빵점이다. 과학은 연역의 학문이 아니다. 귀납이다. 모든 결과와 주장은 사례와 실험과 관찰과 증명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필자의 ‘11론은 이 과정이 생략됐다. , 사례가 있긴 하다. 단 하나의 사례, 바로 필자의 ‘1110. 단언컨대 이 정도의 근거를 가지고 믿어라라고 하는 필자의 주장은 과학이 아니라 신앙이다.

 

제레미 리프킨의 말처럼 우리는 지나친 소유 때문에 종말로 치닫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유욕이란 탐욕이고, 인간의 탐욕은 생존에 대한 갈망 즉 식욕(과 성욕)으로부터 발생한다. 그러므로 식욕에 대한 제어는 파국으로 가는 폭주 기관차에 제동 장치이다. 따라서 나는 필자의 적게 먹자는 취지에 동의한다. 하지만 취지에 동의함이 곧 주장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Posted by 가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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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23 2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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