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우, 은행의 비밀 52(한스미디어, 2007) 읽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 (금융 기관 편)

 

언젠가부터 낯선 전화번호는 받기 꺼려지게 되었다. 전화기에 뜬 번호를 한참 지켜보다 혹시나 싶어 받으면 역시나 다. 대부업체 등의 미끼 전화나 보험 상품 관련 전화. 자동 응답 전화도 전화지만, 보험 회사 텔레마케터의 속사포 공격이 주는 피로감도 만만찮다. 짜증난다. 이들은 처음엔 070, 080으로 번호를 알리더니, 요새는 휴대폰으로 번호를 위장하는 연막 작전도 쓴다. , 짜증난다. 스팸 문자도, 대리 운전 안내 문자도, 단란 주점 삐끼들 문자도 마찬가지다.

대부업체의 TV 광고나 휴대폰 텔레마케팅 모두 공해다. 이 사실을 나도 알고 당신도 알며 쟤들도 안다. 기업이 이미지의 덫칠로 기업의 수익을 창출한다고 했을 때, 이들 집단의 공해 행위는 부메랑이 될 것이 명명백백하다. 그런데 왜 할까. 단순하다. 이 낚시 행위에 걸리는 눈먼 사람들이 있으니까 하는 거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걸려드는 눈먼 돈들이 있으니 광고를 하고 텔레마케터를 혹사시키는 거지.

은행도 기업이고, 보험 회사도 기업이며, 대부업체도 기업이다. 모든 기업에 최고선은 수익 창출이다. 이들 기업에게 윤리적이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천진난만한 바람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화가 난다. 기업을 감시할, 그래서 과정의 공정함을 마련해야 할, 그래서 스팸 광고에 현혹되는 안타까운 피해자가 없게 해야 할, 그 모든 의무와 책임이 정부에게는 있는 거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정부는 책임 방기죄로 고소당해야 한다. 바람직한 정부라면 기업이 아니라, 대부업체가 아니라, 보험 회사가 아니라, 마땅히 약자인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무지한 우리들은 늘 당한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모두가 똑똑해져야 한다. 저 탐욕스런 자본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나를 위해, 그대들을 위해.

 

대체로 책을 묵혀 두었다 읽는 편이다.

책을 구입해 놓고 책장에 방치해 두었다가 눈에 띄면 읽는 거다. 숙성해서 소화시킨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책들도 있다. 이른바 정보와 지식을 판매하는 책은 공시 기간을 놓치면 안 된다. 대개 정보의 효용이란 특정한 시기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2007년 발행한 책을 2013년에 읽으니 격세지감이다.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관통하는 핵심축은 같다. 금융 기관은 절대 우리편이 아니라는 것. 금융 기관은 그 금융 기관의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일종의 플랫폼이라는 것.

이 책은 예적금, 펀드, 카드, 대출, 보험, 부동산과 세금으로 각 장을 분류했는데, 각 소제목은 ‘~의 비밀이런 형식이다. 결론은 단순명료하다.

 

금융 기관은 절대로 착하지 않다. 단지 장사를 잘할 뿐이다. (235)


Posted by 가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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