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인간관계론』(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2004)

 카네기 시리즈의 입문서.

책은 3부로 되어 있고 여러 가지 격언들이 나열돼 있다. 아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독자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며, ‘~라’라는 식의 잠언으로 논지를 끝맺는다. 중간 정도만 읽어도 똑같은 말이 계속 반복되고 있음을 눈치 빠른 독자는 알아챌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나란 인간의 인간관계가 왜 이리 형편 없는지 잘 알 수 있다. 조금 삐딱한 시선으로 보자면 이렇다. “인간관계는 정치적으로 접근하라, 그러면 당신도 이 책에 소개된 사례의 명사들처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끝.

 

아래는 책을 요약한 것이고, 밑줄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인간관계의 3가지 기본원칙

 

불평하지 말고, 칭찬하며, 충동하라.

 

인간관계를 잘맺는 6가지 방법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미소를 짓고, 이름을 기억하며, 경청하며, 상대의 관심사에 대해 말하며, 상대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게 하며, 성실한 태도로 해라

 

상대방을 설득하는 12가지 방법

논쟁을 피하고, 상대방의 견해를 존중해야 한다. 실수는 인정하고, 우호적인 태도로 말해야 한다. 또한 상대방이 "네,네"라고 대답하게끔 해야 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많은 이야기를 하게 하며,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바로 자신(상대)의 것이라고 느끼게 하라. 또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며, 상대에게 공감해야 하고, 높은 동기가 있다고 호소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쇼맨십을 발휘하고, 도전 의욕을 불러일으켜라.

 

리더가 되는 9가지 방법

칭찬하고, 잘못은 간접적으로 알게 해야 한다. 자신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명령하지 말고 요청해야 한다. 체면을 세워줘야 하며, 또 칭찬하고, 또또 칭찬하고, 또또또 칭찬 하라. 마지막으로 상대방에게 훌륭한 명성을 갖도록 해주고, 격려해 주며, 당신이 제안하는 것을 상대방이 기꺼이 하도록 만들어라


.

밑줄이 세 개 인데, 흠.. 보니까 불평하지 말고, 경청하고, 상대방이 이야기를 많이 하게 하라는 거다. 공통점이 있다. 말하기 귀찮아하는 나의 성향과 관계 있는 것.

 

이 책은 잠언과 잠언과 잠언이 있기 때문에 좋은 글귀로 가득 차 있다. 미소 지어라, 이름 기억하라, 칭찬하라 참 좋은 말들이다. 그러나 삐뚤어진 나는 교훈과 교훈과 교훈이 싫기 때문에 이 책 역시 달갑지 않다.

 

어떻게 사람을 대하며 저런 것을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대화한단 말인가. 혹은 그런 것을 연습한단 말인가. 위 책에 있는 그대로의 행동을 상대에게 하고 집에 가서는 “아싸! 성공!” 쾌재를 부르며 일기에 쓰란 말인가. 나를 대하는 사람이 계획적으로 나에게 접근한다는 생각을 하니, 소름이 돋는다. 나는 그의 일기에 어떻게 기록될까.

 

“케이스 13. L씨는 몹시 소극적이고, 불량하며, 담배를 많이 피우고, 의심이 많음. L씨는 칭찬에 잘 넘어오지 않음. 나는 L씨에게 미소를 지으려다 얼굴에 약간의 경련이 일어났는데, L씨는 그것을 알아차린 것 같음. 조심해야겠음. 인간관계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함.” 이런 식인가.

 

그것은 성품 속에, 삶 속에 녹아 흘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체화(體化)되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아래의 고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읽어 본다.

 

 

  - 위는 문헌으로 추측해본 유비의 초상화, 고우영의『삼국지』[각주:1]

 

노식 밑에서 동문 수학 하던 공손찬과 눈물로 헤어진 후 고향인 탁현 누상촌으로 가는 우리의 유비. 제법 넓은 개울을 건너기 시작한다. 가을이라 강이 차지만 씩씩한 유비는 강을 건넌다. 덜덜 떨다 길을 재촉해 떠나려 하는데

“섰거라, 귀 큰 어린 놈아.”

어떤 늙은이가 귀 큰 어린 유비를 부르는 것이었다. 귀 큰 어린 유비는 탐착지 않았지만 예를 갖추어 말한다.

“어르신, 무슨 일이십니까?”

어린 유비에게 귀 큰 어린 놈이라는 막말을 한, 늙은이 왈

“다리도 없고 배도 없으니 이 늙은 것이 어떻게 건너란 말이냐? 네놈이 업어줘야지!”

늙은이를 업어줘야 할 운명에 처해진 유비는 말없이 건너온 냇물로 들어가 노인을 업어 강을 건넌다.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고, 물이 몹시 차다. 늙은이 말한다.

“이런 내 정신 보게. 보퉁이를 저쪽에 두고 왔구나. 네놈을 부르는 데 급해서 그만….”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늙은이가 말한다. 유비가 멍 때리고 있자,

“이런 멍청한 녀석 같으니. 너는 내가 보퉁이를 두고 왔다는 말을 듣지 못했느냐?”

라고 늙은이가 화를 낸다.

너그러움이 이미 입신의 경지까지 오른, 멍 때리던, 우리의 유비, 말한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네가 어딜 가서 찾는단 말이냐? 잔말 말고 나를 업어라.”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 아닌가? 하지만 잔말 말고 늙은이를 업어야 할, 우리의 귀 큰 어린 유비는 말업이 늙은이를 업고 강을 건넌다. 이렇게 속으로 되뇌면서. ‘그냥 떠나 버리면 이미 한 수고까지 소용없어져 버리지만 한번 더 다녀오면 그 수고는 두 배로 남게 된다.’

보퉁이를 찾은 늙은이는 또다시 멍 때리고 있는 유비에게 말한다.

“너는 어째서 두 번째로 나를 업고 건널 생각을 했느냐? 무엇을 바라고 한번 더 수고로움을 참았더냐?”

강을 세 번 건너 힘든 유비, 이렇게 말한다.

“잃어 버리는 것과 두 배로 늘어나는 차이 때문입니다. 제가 두 번째로 건너기를 마다하게 되면 첫 번째의 수고로움마저 값을 잃게 됩니다. 그러나 한번 더 건너면 앞서의 수고로움도 두 배로 셈쳐 받게 되지 않겠습니까?”

캬~ 멋지다. 늙은이, 유비에 감탄한다.

“벌써 그걸 알고 있다니 무서운 아이로구나”

무서운 아이인 유비는 빙긋 웃는다. 늙은이가 말한다.

“나도 네게 빚을 졌으니 호된 값을 물어야겠구나. 하나 일러주마, 그걸 쓸 때는 결코 남이 네가 그걸 쓰고 있다는 걸 알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자 유비는 말한다.

“저는 저 자신도 그걸 잊고자 합니다.”

- 이문열『평역 삼국지』 1권, 42~43쪽 요약.

  1. 최고의 만화라 할 수 있다. 고등학교 때인가 만화방에서 빌려서 읽었는데, 이 책은 정말 재밌다. 예전에 배철수가 고우영의 삼국지를 라디오에서 연재 방송한 적이 있었고, 나는 지난 번에 잃어버린 노트북에 그것을 저장해 두었었다. 내 노트북 훔쳐가신 분, 딴 건 몰라도 고우영의 삼국지는 꼭 들으세요. [본문으로]
Posted by 가림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