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유람기 - 고구마

 


- 헌책은 역사이며 문화라고 말하는, 헌책방 고구마.

 

헌책방에 다녀오다.

황학동 벼룩시장에 가기로 결정하고 보니, 이번 나들이의 주제는 “사라져 가는 것들”로 정해졌다. 사라지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고심하다 헌책방에 가기로 한다. 검색 엔진을 돌린다. 예전의 청계천 헌책방 거리만 기억하던 나는 헌책방 찾기가 이리 어려운 줄은 몰랐다. 어떤 블로거님의 말마따나 “그 많던 헌책방은 어디로 사라졌나.”는 표현이 유효해 보인다.

손품을 파니 정은 서점, 온고당 서점, 숨어있는 책 정도가 눈에 띈다. 모두 신촌 쪽이다. 나는 신촌이랑 별로 안 친하고, 황학동에 가야 하니 이쪽은 제외한다. 좀더 보니 헌책방 고구마가 검색된다. 단일 서점으로는 우리나라 헌책방 중 가장 크단다. 위치도 우리 집에서 황학동에 가는 중간. ok! 결정!

 

- 지도로 보자면 이쯤이다.

 

고구마 홈페이지의 약도를 생각하고 무작정 신금호역으로 향한다. 대경정보산업고등학교 가는 방향에 있다 해서 학교 근처에 임시 주차를 한다. 그리고 헤맸다. 인터넷으로 검색할 땐, 제대로 된 지도에 정확한 위치가 표시된 정보가 없었다. 위 지도를 보면 대략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지하철 이용 시 1번 출구에서 나와 대경정보산업고등학교 쪽으로 150m 정도 도보로 걸으면 대로변 왼쪽으로 고구마가 보인다. 자가용 이용 시 신금호역 2번 출구 쪽으로 가다 대경정보산업고등학교 쪽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받는다. 이 근처에 임시 주차를 하고 다시 큰길을 따라 신금호역 방면으로 내려오면 오른쪽으로 헌책방 고구마를 찾을 수 있다.

 

- 밖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다.

 

헌책방은 지하에 있다.

저 파란색 간판 밑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다. 1층의 한켠(사진에서의 왼쪽)으론 헌 참고서 등을 파는 것 같다. 좁은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계단은 가파르고 계단의 오른쪽으로 헌책들이 쌓여 있는 품이 예사롭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 에게, 작잖아, 책이 얼마나 있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내부로 일단 들어가 보시라. 와! 이건 책사태다.

 


- 헌책방 고구마의 내부 사진

 

한동안 책과 책과 책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 책 사태란 표현이 적절하다. 내 태어나 이리 많은 책은 처음 봤다. 공간의 극효율성!

그런데 사진에서 보듯이 통로가 지나치게 좁다. 한정된 공간에 책을 쌓다 보니(책은 꽂혀 있지 않고 쌓여 있다!) 통로를 비좁게 만든 것이다. 통로가 비좁다 보니 정방향으로 걷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게처럼 옆으로 걸어 다니면서 책을 고른다. 여기 직원분들의 체구가 아담한 이유는 책방의 이런 구조 때문일 것이다. 걷기만 불편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목이 아프다. 고개를 가로로 뉘여 책을 고르다 보니 나중에는 목이 뻐근하다. 흑흑.. 게다가 시선 처리도 어렵다. 눈과 책 사이의 거리가 좁아 눈알이 가운데로 쏠린다. 아, 책 고르기의 어려움이여.

 

- 분야별 배치도

 

그래서 여기 고구마는 입구에 검색 컴퓨터가 하나 있다. 마지막 사진에서의 노란색 표시가 컴퓨터가 있는 곳이다. 여기서 책을 검색하고 해당 란으로 가서 ㄱㄴㄷ순서에 따라 배열된 책을 찾는 것이다. 모든 책은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고, 분야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아! 힘드셨겠다. 과거(헌책)와 현재(컴퓨터)가 조화된 이 생경한 풍경이여.

한 시간 정도를 투자했는데 결국 책을 고르지 못했다. 휴대폰에 전화벨이 울린다. 임시 주차된 차를 빼 달라 하신다. 급한 마음에 손에 잡히는 책을 하나 골라 계산을 한다. 동아출판사에서 나온 한국소설문학대계 - 양귀자 편이다. 책값 삼천 원. 싼 편이다.

흠…. 헌책방 고구마는 헌책방이라기보다는 헌책 창고 같다. 차분히 서서 숨어 있는 책을 발견하는 여유를 갖고 여길 찾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인터넷을 이용해 고구마에서 헌책을 사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사진을 찍진 못했지만 동묘 앞에도 헌책방이 있다. 세 군데. 값도 합리적이고, 여유롭게 책을 고를 수 있었다.

 

뱀발 : 집에 와서 차례를 보니 양귀자의 것은 잘못 샀다는 생각이 든다. 동아출판사에서 나온 한국소설문학대계는 기회 있을 때마다 한 권씩 사두는 편인데, 양귀자의 것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소설집과 겹치는 것이 너무 많다. 절반이 넘는 단편들의 제목은 이미 읽은 것들이고,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2000 전까지의 양귀자는 거의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의 출판 년도에 비춰 보건대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나머지 것들도 이미 독서된 것이라 판단된다. 흑..

Posted by 가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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