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과 세종시 : 같은 ‘땅’이지만 다른 ‘땅’인 이유?

 

지난 주, <대통령과의 대화> 이후 연말 정국이 시끄럽고 재밌다.

안원구 씨의 발끈 폭로가 4대강과 세종시에 묻혀 큰 이슈가 되지 못해 안타깝긴 하지만.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위대한 가카께서는 논란의 핵이었던 세종시 현안과 4대강 사업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표명하셨다. 요약하자면 ‘행복 도시로서의 세종시는 없다’와 ‘4대강 사업, 잘 할 수 있다, 믿어주라, 이거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가 그것이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

내가 이걸 왜 봤을까,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 없다. 이미 본 것을.

민족의 영도자 2MB를 왜 찍었을까, 울어도 소용 없다. 이미 권좌에 오르신 것을.

 

국민들은 이미 가카의 가금류적 행동 방식을 수차례 학습했다.

때문에 로봇 물고기의 실효성 여부도, 한강 보 설치의 견강부회식 근거 인용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치수 사업 계획에 관한 아전인수식 짜깁기 발언도 그러려니 한다. 언어 장애 증세가 의심되는 동문서답(선문답이냐?)도 이해하고, 지난 대선 때의 발언에 변명하는 모습에도 손발이 오그라들긴 했지만 그래, 그래, 참아 준다. ‘대화’가 아닌 ‘설교’ 말씀도 하품 참아가며 들어준다.

 

저쪽의 입장에서 생각건대, 민족의 항구적 발전을 위해 역사적 사명을 품고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가카의 지고지순한 조국애는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역사의 성령에 가카께서 감응하셨다는 데, 토목이 죄냐, 무조건 할 수 있다, 안 되는 건 없다, 라고 말씀하시는 데 손발 다 든다. 할 수만 있다면 손․발․엉덩이․귀․머리카락․발가락의 무좀까지 들 수 있는 건 다 들고 싶다. 토목이 문제겠는가, 모든 게 토목이니 문제인 것이지. 항복이다. 대화는 없다. 항복해야 한다.

 

나는 여기서 메아리 없는, 4대강 사업 반대를 외칠 생각이 없다. 마찬가지로 세종시 원안 추진 고수,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의 허구성 따위를 말하고 싶지도 않다. 나 따위가 찬성하든, 반대하든 4대강은 죽을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의 세종시는 MB 대통령의 순종시가 될 것이다.

친박근혜와 야당(선진당이 과연 야당인지는 의심스러우나)이 합종연횡을 하든, 선진당 의원이 총사퇴를 결의 하든(이건 쇼일 가능성이 높다), 충북지사가 진짜로 사직서를 하든, 네티즌이 인터넷을 글을 올리든, 청원 서명을 하든, 소주를 마시든, 혹은 누군가 기름을 붓고 불을 당기든, 무한도전 정준하가 사과를 하든, 북한이 화폐 개혁을 하든, 야동을 보든, 야구를 보든,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가 있든 말든 삽질은 시작됐고 가카의 말마따나 토목은 죄가 아니다.

 

 

내가 궁금한 것은 왜 가카께서는 4대강에 목매는 걸까, 하는 점이다. 왜 가카께서는 세종시를 뒤짚으려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왜일까.

 

정치 집단의 궁극적 목적은 정권 (재)창출에 있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 정치, 국가와 민족의 항구여일한 발전을 위한 정치를 한다 하지만 실은 정권 창출을 위한 표밭 계산이다. 자신에게 표를 찍은 놈을 위해 정치하는 거고, 자신에게 표를 찍을 놈을 위해 공약을 거는 거다. 정치 논리란 게 그런 게 아니겠는가.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그게 정치니까.

 

부자 감세니, 제 2롯데 월드 건축이니, 수도권 그린 벨트 완화니 모두 같은 논리다. 자신에게 표를 주신, 고마우신 (그들만의) 국민들을 위한 보은이다. 이런 점에서 가카는 보은의 고양이, 아니 보은의 대통령이시다. 그러니 너무 뭐라 마시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정치 행위다. 다만 가카의 애정 표현이 과도해 티가 많이 나서 그렇지.

 

4대강이 되고, 세종시가 안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보은.

4대강과 세종시의 교집합은 ‘땅’이다. 하지만 분명 성격이 다른 ‘땅’이니….

 

4대강이든 대운하든 이름이야 상관없다. 본질이 중요한 거다. 4대강 사업이든 대운하 사업이든 어쨌든 삽질이다.

삽질 공화국을 표방한 가카께 표를 던진 분들이야, 4대강과 관련한 각종 이권 사업(그것이 땅 투기든, 대운하 라인과 연결된 토목 사업 등등에 관한 투자든)에 대한 직․간접적 기대 심리가 있을 테고, 보은의 가카께서는 고마우신 표님(?)들게 보답해야 할 의무 및 책무가 있는 것이다. 왜? 정권 재창출해야 하니까. (4대강의 사진발 -전시 행정- 효과로 인한 다음 총선․대선에 대한 표밭 관리는 이 글에서 논외로 한다)

가카를 찍으신 많은 표님들의 기대 심리는 땅 뿐만 아니라 아파트․집 값으로 변형된 형태를 나타내기도 하므로, 가카님께서 재임 기간 중에, 아파트 폭락은 없을 것이다. 아파트 값 폭락은 배은망덕한 일. 빵 터질 풍선이라도 손가락에 단단히 힘 주고 풍선 쥐고 있어야 옳다. 왜? 그게 보은의 정치니까. 정권 재창출해야 하니까.

결국 찍어주는 놈이 또 찍게 되있다. 고정표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확실한 지지기반을 잃으면 어떻게 되는가를, 저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과 지난 대선을 통해 학습한 바 있다. 이게 정치고, 정치 전략의 핵심이다.

 

반면 세종시의 땅은 4대강 주변의 땅과 다르다. 보은과 배은이 다르듯이.

삽질 가카의 뇌에는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청사진보다는 땅 = 돈(보상)이라는 등식이 박혀 있다. 그래서이다. <국민과의 대화>에서 세종시 수정 계획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가카께서 ‘보상비를 적게 받은 사람들’ 운운하는 것은. 참 솔직하신 양반이다.

가카께 땅은 돈인데, 이를 두고 ‘국토의 균형 발전 열망을 뒤집었느니’, ‘공약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사과를 하라느니’, ‘천박하고 편협한 시선이니’ 하는 민주당의 발언은 순진해 보인다. 결국 가카의 입장에서 볼 때, 세종시의 땅이야 이전 정권에 의해 이미 보상이 지급 완료된 땅. 이걸 원안대로 추진하자니 표님들에 대한 보은에 위배될 테고(삽질해야 할 곳이 한 두 군데인가, 아파트도 더 지어야지, 부자 감세로 구멍난 세수 부족 가계부에 4대강 예산도 마련해야지, 그래야 표님들 돈 좀 벌 테고, 4대강 헤드락에 미디어법 암바까지 걸면 다음 정권도 문제 없을 테고. 정권 재창출이 확실하다면 대국민 사기친, 도곡동 땅 및 BBK도 적당히 덮어버릴 수 있을 테고. 박정희 고속도로에 이어 MB 대운하도 완성될 테고. 임도 보고 뽕도 따고. 마당 쓸고 삽질도 하고. 끌끌끌.), 그대로 하자니 엥엥거리는 소리가 좀 시끄러울테고. 우리 가카님, 애 좀 타셨겠다.

위대하신 우리 가금류 가카께서는 어떤 꼼수로 반상의 대마를 살려내실지 그 행보가 사뭇 기대된다.

 

 

Posted by 가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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