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달라 강요 마라, 가을밤엔 나도 춥다”

“영화표는 내가 샀다, 팝콘은 니가 사라”

“니가 울면 천생 여자, 내가 울면 찌질이냐”

“니가 (전화) 하면 관심이요, 내가 하면 집착이냐”

 

 

KBS2 <개그콘서트>의 ‘남성인권보장위원회’(이하 남보원)의 구호가 인기라 한다. 남성과 여성의 데이트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찌질남의 앙탈 컨셉으로 개그를 짠 것이다. 괄목할 만한 여성의 인권 신장(?)에 비해 여성에게 희생만 당하는(?) 남성의 고충을 성토하기 위해, 남보원은 머리에 띠를 두르고 위험한 도발을 한다. 재밌다.

 

사실 그렇다. 부모와 자식 간의 일방향적이며 절대적인 관계가 아닌 이상, 한 사람(남)이 또 다른 사람(여)에게 주는 무조건적인 배려는 어려워 보인다. 이 배려란 것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 내가 굶어 죽겠는데 구세군이 뭐고, 사랑의 행복 온도탑이 뭐냐.

 

남보원의 찌질함은 제 몸 건사도 힘든, 88만원 세대 20대 청년들의 현실을 반영한다. 그들은 대학 입시(와 군대), 취업 전쟁을 치르며 상처 투성이로 세계에 투기됐다. 미래는 잿빛이고, 현실은 불투명하다. 2000년대 말의 대한민국 20대는 구조적 측면에서 내동댕이 쳐졌다. 여유가 없으니 찌질해지는 거다. 과연 그들의 찌질함에는 이유가 있다. 고로 “커피값은 내가 냈다, 쿠폰은 니가 찍냐” 핏대 세우는 남보원의 외침은 재미 이면에 씁쓸함이 있다.

 

재미와 고소(苦笑)라. 그럼 이건?

 

철도 노조가 며칠째 파업 중이다. 철도 노조의 파업은 헌법에 적시된 ‘노동 3권’에 의해 정당하다. 2MB 대통령 각하께서는 ‘적당히 타협해서는 안 된다’느니, ‘연말에 무슨 파업이냐’느니, ‘정치 파업’이라느니 하며 철도 공사를 강경 대응으로 원격 조정하고 있다. 제안한다. 철도 노조는 파업 구호를 아래와 같이 하면 어떨까.

 

“니가 하면 법질서요, 내가 하면 범법자냐”

“불법 타령 그만 해라, 전과 십사 너 아니냐”

“니 밥그릇 금 둘렀지, 내 밥그릇 깨져 간다”

“니가 하면 선진 조국, 내가 하면 좌빨이냐”

“코레일은 선택하라, 노동자냐 설치류냐”

 

뭐 아래와 같은 변용 확대도 가능하다.

 

“세금은 내가 냈다, 감세는 니가 하냐”

“니가 하면 부끄런 일, 내가 하면 구속이냐”

“설치류는 선택하라, 대운하냐 국민이냐”

“믿어 달라 강요 마라, 너라면 널 믿겠냐”

“747뻥 인정한다, 도곡동 땅 인정하라”

 

Posted by 가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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