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태, 『전함 큐브릭』(고려원, 1997) 읽다.
미확인 좌표
김이태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작가가 아니다.
90년대. 신경숙, 공지영, 은희경, 그리고 배수아(혹은 한강) 등, 이른바 신세대 블루칩 소설가 군단이 맹위를 떨쳤을 때 김이태는 등장했다. 그녀는 이상문학상 2년 연속 추천 우수작(‘96 - 「궤도를 이탈한 별」, ’97 - 「식성」)으로 기대되는 옐로우칩 자리를 차지했으나, 그 뿐. 그 이후 그녀의 이름을 다시 보긴 좀처럼 어려웠다.
이 책은 김이태의 초기작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첫 장편. 나는 몇 번인가는 책을 들었다가 제목의 생경함에 책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제 나는 생경한 페이지를 넘긴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 책은 힘들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이 책을 다 읽고 책을 집어 던진 것이 2월 말 경인데ㅡ, 블로그에 마지막 포스팅을 올린 것이 또한 2월의 마지막 주라는 사실이 이 공황 현상을 방증한다. 올바로 글을 읽었다면 감이든 밤이든 판단이 서야 할 테고, 싱싱하다 ․ 썩었다 ․ 양말 냄새가 난다 ․ 아흑~ 칼국수가 먹고 싶다 등의 평가와 감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김이태를 읽은 후 손이 오그라들고, 의식이 오그라들고, 그러니 내가 오그라들었다. 좋고 나쁘다의 평가를 떠나, 기억하기 싫은 습지대에서 바동거리다 어기적어기적 이제야 탈출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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