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을 삼키다

 

쥐의 무리는 하늘가로 기어 올라 갔다.

어떤 쥐는 별을 갉아 먹었고 어떤 쥐는 달을 파먹었다.

땅 위의 사람들은 쥐가 무서워 무서워

문을 닫았고 배고픈 아이는 구멍 가게에서

도둑질을 했다.

걸려 따귀를 맞곤 했다.

밤의 유예.

아무도 창 밖을 훔쳐보지 않았고

소리치지 않았다.

 

도시의 구석에 그는

웅크리고 있었다.

배고팠던 그는 불행히도 쥐가 아니었기 때문에

하늘가의 달무리를 만족하며 핥을 수는 없었다.

허기를 웅크리다가 거리의 끝에 있던 카멜레온을 삼켰다.

눈물도 마셨다.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창 밖을 훔쳐보지 않았다.

카멜레온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멀어졌고 그는

어쩔 수 없었어

누구라도 그랬을거야

위안했다.

 

며칠이 지나고 그는

키가 훌쩍 커 버렸다.

소화돼지 않은 채

위장(胃腸)에서 위장(僞裝)하던 카멜레온

나는 공룡이 될 거야

덩달아 키가 훌쩍 커 버렸다.



반역이 시작되던 날

한 떼의 날 파리가 요란하게 그를 경계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사람들 역시 불안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멜레온, 네 안에 안전히 있다

그의 슬픈 기억이 생채기 한다.

덜컥 겁이 난 그는 방문을 잠그고 숨었다.

염려해 주던 친구가 방문을 두드리며

그를 이해한다며 네 안에 있는 녀석 질식사시키자

알콜 중독에 술독으로 죽이자

담배와 소주를 사주었다.

현명한 기생체,

그럼 머리에서 살으마

뇌수를 타고

털썩 주저앉았다.

염려해 주는 친구는 등을 쓸어 주었고

그는 어쩔 수 없었어

누구라도 그랬을 거야

억울해 억울해

토악질을 했지만 머리를 점령한 주둔군은 도무지

반성할 줄 몰랐다.

사람들은 그를 경계하며 피해갔고 십자가를 가리키며

도시에는 가로등이 너무 많다고 불평했다.


쥐들은 달의 부스러기를 먹기 위해 몰려다녔고

도시의 구석에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거나

갈비뼈가 앙상한 개는 도시의 건너편으로 멀어져 갔다.



치기와 방종과 오만과 독선으로 똘똘 무장하고 다녔던 대학 시절.
정체를 알 수 없는 불만과 원망. 혹은 객기.
술을 마시거나 토악질을 하며, 글을 끄적거렸다.

위는 그 해 가을의 언제가 썼던 습작시.
지금 생각해 보면 '카멜레온'이란 소재는 작위적인 감이 많다.
카멜레온 대신에 안경원숭이나 칠성장어를 삼키는 설정이었다면 얘기가 좀더 다이나믹하지 않았을까. 뭐 휴대폰이라거나 라디오를 삼켰더라도 신선했을텐데. ㅋ
오랜만에 예전 시를 보니 재밌고, 쑥쓰럽고, 아햏햏하고 막 그렇고.

습작시를 옮긴 것은 옹리혜계님의 블로그에서 따온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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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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