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라면 : The Classic

 

- 노란 포장지로 되어 있고, 투명 비닐로 안쪽의 면이 보인다

 

라면은 원래 이 맛 ㅡ 삼양라면 The Classic.

마트에 갔더니 묶음으로 포장되어 있다. 형형색색의 붉은 포장지의 라면들 틈에서 노란색 포장지의 이 라면이 띈다. 포장지의 글씨를 읽어 보니 맨 위로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을 정성껏 담았습니다”. 중앙에 “三養라면 - The Classic” (Since 1963). 왼쪽 하단으로 ‘진하고 담백한 닭고기 국물맛!’이라고 씌어 있다. 닭고기 국물맛이라니. 삼양 라면은 쇠고기 국물맛이 아니던가. 닭고기 국물맛은 어떤 것일까.

- 단조로운 내용물이 보인다. 면과 스프가 하나씩 있다.


비닐 봉지를 뜯어보니 면과 스프가 나온다. 스프가 하나다.

맞다. 예전 라면은 모두 스프가 하나씩이었는데…. 간식용으로 내가 제일 좋아했던 뿌순(?) 라면, <우리집 라면>도 스프가 하나였다. 라면을 스프칠(라면에 스프를 뿌려 먹는 걸 전문용어로 ‘스프칠’이라 한다)을 해 뿌숴 먹고, 남은 스프로는 밥도 비벼먹었다. 꿱ㅡ. 어쨌든 포장지나 내용물의 구성으로 볼 때, 이 라면은 배고팠던 시절의 추억을 조금씩 환기하게 한다.


- 라면은 양은 냄비에 끓여야. 뒤로 익어가는, 연시도 보인다.

 

물을 끓인다.

조리법을 본다. 라면은 조리법대로 끓여야 제대로다.

1. 끓는물 550ml(종이컵 3컵)에 면과 스프를 넣고 4분간 더 끓입니다.

2. 식성에 따라 김치, 계란, 마늘, 파 등을 넣어 드시면 더욱 맛이 좋습니다.

조리법 역시 간단하다. 물 양이 일반 라면에 비해 좀 적은 듯. 포장쥐 뒤를 흝어 보니 희망소매가격 : 700원. 유통기한 2010년 3월 13일 등이 적혀 있다. 물이 끓는다. 라면 퐁당. 스프도 퐁퐁당.


- 완성된 삼계탕. 삼양라면 + 계란 = 삼계탕이다.


양은 냄비 채 라면을 먹는다. 뚜껑에 라면 면발을 옮겨 후후 불어가며 먹어야 제대로다.

과연 추억이란 넘이 라면의 수증기를 흠향할 수 있을는지. 과연 나는 까까머리 소년으로 화신할 수 있을는지. 글쎄….

우선 면발은 쫄깃하다. 국물맛도 포장지에 씌어 있는 대로 담백한 듯 하다. 쫄깃한 면발, 담백한 국물맛. 이 환상조합에도 뭔가 부족한 게 있다. 그게 뭘까. 라면맛을 고증했던 라면 회사 직원분들은 예전의 조리법대로 라면을 만들었을 것이다. 재료도 아마 원조 삼양라면의 성분비율을 가급적 유지했을 것이다. 그런데 뭐가 부족하지. 왜 예전의 맛이 아닐까.

흠…. 결국 변한 건 내가 아닐까. 지금의 라면 맛에 길들여진 내 혀의 미각이 문제가 아닐까. 라면은 삼양 라면의 그대로인데, 라면 맛을 느끼는 내 감각이 변한 게 아닐까. 세상은 그대로인데.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아닌, 격아지감(隔我之感)!

청산(靑山)은 내 뜻이요 녹수(綠水)는 님의 정이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손가
녹수도 청산을 못 잊어 울어예어 가는고

- 황진이

 

Posted by 가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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