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를 본다.
카드 할인에 적립 포인트까지 쓰니, 금요일 밤 시간이었는데도 성인 둘의 요금이 만원 안 넘는다. 싸니 좋다.

영화 보기 전까지 두 시간 반이 있다. 저녁을 먹기 전이니 밥을 먹어야 하고, 어떻게든 시간도 떼워야 한다. 근처 치킨집, 거리에 파라솔을 놓고 맥주를 파는 모습을 보니 슬슬 회가 동한다. 맥주 세 잔을 마시고 탄천 주변을 산책한다. 한가하니, 좋다.

영화는 해운대에 메가 쓰나미가 몰려 오는 상황을 설정, 그 와중에 벌어지는 삶과 죽음과 헤어짐과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미약한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재난의 복판에서 어떤 사람은 죽고, 또 어떤 사람은 누군가를 떠나 보내야 하며, 또한 누군가는 어떤 이를 지키려 희생한다. 그 안에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는 헐리우드의 스케일 큰 영화와는 또다른 소소한 재미도 있다.

어떤 분은 이 영화를 블록버스터가 아닌 코믹 드라마로 생각하고 보면 좋았을 것이라 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심히 동감한다. 쓰나미가 몰려 오기 전까지의 상황은 작위적인 감이 없지 않지만 대체로 무난했고, 섬세했다. 그러나 쓰나미 이후 감성샘을 자극하는 눈물 코드, 조잡한 CG, 뭔가 밋밋하고 매끄럽지 못한 결말 처리 등은 이 영화의 완성도를 의심케 할 정도다. 관객을 위해 일정 정도 이상의 감정은 절제해야 할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여운을 느낄 수 없는 것은 공감 이상으로 감정 표현하는 배우들에 대한 약간의 반감일 수도 있으리라. 

봉감독의 <괴물> 정도를 기대했던 것은 애초에 과욕이다. 은유와 스토리도 치밀하지 못하고, 개연성과 주제 의식도 모호하다. 감초 역의 김인권이 주목받은 것은 작품 전체의 완성도에 비해 그의 연기가 자체 발광했기 때문이리라.

쓰나미의 <해운대>. 쓰나미가 없었으면 훨씬 좋았을 법한 영화였다.
 
Posted by 가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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