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채널 e (2007, 북하우스)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지식(知識)이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은 불편하다. 한 잔의 커피에 담긴 노동력 착취에 관한 널리 알려진 이야기도 불편하고, 축구공 하나를 만들고 일당 300원을 받는 파키스탄의 어린 아이들, 라 쿠카라차 라 쿠카라차 아무 생각없이 불렀던 즐거운 멕시코 민요의 한 맺힌 사연 역시 그냥 읽고 넘기기에는 가볍지 않은 이야기다. 상처에서 영혼은 성숙한다.

책은 말한다.
사소한 것들의 사소하지 않음. 화려함의 다른 이름, 추악함. 편리 뒤에 웅크리고 있는 폭력. 감동을 주지 않는 지식은 흡인력이 약하다. 이 책은 착취와 폭력, 인습과 상식을 감성(感)을 자극하며 알려준다(知). 책이 지향하는 가치는 생태와 인권, 성찰과 상호주의다.

우리는 단 한 개의, 개별적 팩트의 부당함만을 탓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모순과 부조리가 만들어진 매커니즘까지 바라보는 혜안이 필요한 것이다. 지식채널 e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불편한 진실을 감성적으로 들려주며, 하나하나의 픽셀을 조합함으로써 부조리의 얼개를 들추는 것이다. 소장 가치 있으며, 좋은 책이다. 물론 <지식채널 e> 영상 자체가 더욱 훌륭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지식채널 e 다시 보기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 오세영, 그릇1


Posted by 가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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