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 『청소년을 위한 한국철학사』(두리미디어, 2007) 읽다.
유․불․도로 이해하는 한국철학사
내 수준에 맞는 책이길 바라고 골랐는데, 사실 어려웠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역사 교양 시리즈’ 중 하나로 단군신화부터 현대까지의 한국철학사를 소개한다. 조선시대 이전의 한국 철학은 문헌 자료의 부족으로 역사 연구의 미개척 지대인 만큼 이를 철학사로 복원하는 과정은 지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이겠지만 고조선, 삼국 시대, 통일 시대, 고려 시대까지의 철학사는 사실 철학적 물음에 대한 거대 담론의 흐름을 보여주기보다는 한국사 중에서 유교․불교․도교의 전승 및 발달사에 머물러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한국인의 사상적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유․불․도에 대한 각 시대적 흐름을 포착, 제시하여 일관된 프레임으로 이들을 조망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조선 시대, 이기론에 대한 담론은 내 기초 지식의 부족인지 설명 방법의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목요연하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일제 강점기, 위정척사를 도학(도교가 아님)과 화서학파와 연결해 설명한 대목, 개화 운동을 실학 등과 연계한 부분은 재밌게 읽는다.
지루할 수 있는 주제의 특성을 매 페이지마다의 만화와 그리고 사진 등으로 보충한 점, 그 친절함과 수고로움은 칭찬해 줄 만하다.
하지만 한국에도 정말 철학이 있는 걸까, 한국의 철학을 통사로서 다룬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라는 근본적 의혹을 완전히 씻어내지 못한 점은 이 책이 해결하지 못한 숙제요,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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