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끼적이기/산책담 2009. 7. 18. 13:19

인사동

  

 

- 까페, <다카르 이야기>에서 퍼옴

 

일요일. 데이트를 한다. 인사동이다.

 

복정동에 차를 주차시키고 버스를 탄다. 인사동까지 한번에 가는 시내 버스가 있다. 이 버스는 양재, 강남, 한남대교를 거쳐 남산 1호 터널을 지나 광화문까지 간다. 강남에는 사람이 많고, 건물이 많다. 프루덴셜, 랜드마크, 그리고 랜드마크.

 

한 시간 쯤 왔을까. 종로 2가에서 내린다. 인사동 초입. 사람들이 북적인다. 오른쪽으로 낙원 상가가 보이고, 인사동 작은 공원은 공사중이다. 노점상들이 길가에 즐비하다. 아내와 난 소소한 소품들을 구경하며 만지작거리지만 사지는 않는다. 아내와의 데이트. 생각해 보니 일 년이 넘었다. 나는 주말마다 바쁘고 아내는 주말마다 쉰다. 절름발이처럼 시간이 잘 맞지 않는다. 여행을 가본지가 언제였더라. 양떼 목장, 주문진, 월정사, 메밀밭. 봉평으로 놀러 간 게 가장 최근일 것이다. 따져보니 2년이 지났다.

 

 

 

- 유현경 作, <좁은 문>. 스즈끼님의 블로그에서 퍼옴.

 

노점상 물건들 구경이 시들해질 즈음, 갤러리에 들어간다. 전통 공예품, 사진, 조각, 유화 등 눈구경을 한다. 손에 카달로그를 들고 예술품을 골똘히 쳐다보고 있노라니까 문화인이 된 듯 하다. 인사아트센터에 들러 화장실을 간다. 여기서 예전에 마광수를 본 적이 있다. 그냥 나오기 심심해 그림전을 관람한다. 때론 작품을 해체해서 혹은 전체적인 작품의 서사 과정에 대해 그럴 듯하게 아내에게 이야기한다. 말도 안 되는 내 작품 설명에 아내는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이 친구는 내가 하는 말을 지나치게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기분이 좋다.

 

 

 

- 커뮤니티, <SLR>에서 퍼옴

 

쌈지길에 간다.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는 건물이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젊은 화공들이 케리커쳐를 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건물은 장방형으로 가운데는 텅 비어 있으며 완만한 오름형의 길을 따라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이국적인 풍경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아주 많다. 여기저기의 사진 동호회에서 인물 사진을 찍나 보다. 본의 아니게 나도 사진의 배경이 됐을 것이다. 촌놈의 서울 구경이 으레 그렇듯 호들갑떨지도 않고 점잖게 구경을 한다. 케릭터 안경 따위를 쓰고 우리도 사진을 찍는다. 아내가 좋아한다. 녀석은 자기가 어떤 표정을 지을 때 예쁜지 잘 알고 있다. 꼭대기에 오르니 포도 넝쿨이 있고, 소담한 테라스에 군것질 할 것을 팔고 있다. 삼천원을 주고 떡볶이를 사 먹는다.

 

 

- 인사동에서 산 부채

 

여섯 시가 넘었는데 우린 아직 점심 전이다. 밥을 먹긴 조금 애매해 쌈지길을 나와 본격적으로 군것질을 한다. 생과일 주스를 하나, 천원에 일곱 개 하는 풀빵, 이천원 짜리 번데기를 사먹으니 얼추 허기가 가신다. 부채를 사기로 한다. 초여름이라 부채 파는 곳이 많다. 우리도 큼직막한 부채를 하나 산다. 에어컨도 없는데 부채라도 있어야지. 첫 집은 사천원에 팔았는데 옆집은 삼천 오백원이다. 조금 더 가보니 삼천원에 가져가란다. 집에 와서 부쳐 보니 이 놈 아주 실하다. 흡족하다.

 

- <歸天>. Soul님 블로그에서 퍼옴

 

천상병 시인 아내가 차를 파는 까페, <歸天>을 찾으려고 열심히 눈을 굴렸으니 결국 찾지 못한다.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모과차가 향긋한 그 까페. 한 블록 옆이었나, 고개를 갸웃한다. 천천히 내려오니 어디선가 노래 소리 들린다. 인사동길 초입의 작은 대나무 공원에서 행사 진행 중이다. 가보니 노래는 이미 끝난 후다. 사람들이 연신 앵콜을 외친다. 나도 따라 외친다. 소천 이장학 선생이란다. 비파처럼 생긴 기타를 든 그 분은 이 기타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기타라거나, 막걸리를 대접하라느니 잠시 흰소리를 하신다. 아리랑을 부를 테니 후렴은 같이 불러야 한다고. 사람들에 파묻혀 열심히 노래를 따라한다. 뒤로 보이는 여린 대나무가 정갈하게 보이고, 그 뒤로 보이는 삼성증권 건물이 이물스럽게 보인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담배를 태운다. 담배 냄새가 나니 껌을 씹어야겠기에 뒤쪽 피맛골 구멍 가게에 가서 오백원 짜리 풍선껌과 옥수수 음료를 사온다. 작년 가을, 곧 없어질 피맛골로 술을 마시러 왔다 허탕친 기억이 있다. 할 수 없이 종로의 실내 포장마차에서 소주 J와 조개탕을 먹었었다. 지금도 문을 연 술집이 없다. 골목을 나오니 누가 뒤에서 안는다. 놀라 보니 박민세[각주:1]님이다. 몇 년 만의 서울 시내 구경에서, 몇 년 만에 옛 지인을 만나니 반갑고 신기하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아내는 내 어깨에 기대 잔다. 청계 광장에서 집회가 있는 듯 보였고, 한강 저쪽으로 해가 저물고 있었다.

 

사진 링크. 순서대로

http://cafe985.daum.net/_c21_/bbs_search_read?grpid=a42u&mgrpid=&fldid=5Z7E&contentval=00013zzzzzzzzzzzzzzzzzzzzzzzzz&datanum=65
http://www.slrclub.com/bbs/vx2.php?id=study_gallery&no=640258
http://blog.naver.com/suzuki80/10051884294
http://blog.daum.net/angelchdl/6574657

 

  1. 나보다 한 살 어린 것으로 기억하는데, 박민세는 이 사람의 필명이다. 이 분은 잘 웃어주고, 예의 바르며, 실력도 발군이다. 평소의 말과 행동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박민세는 ‘민중 세상’을 위하여 뭐 이런 정도의 ... [본문으로]
Posted by 가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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