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홍영남이상임 역, 을유문화사, 2010) 읽다.

 

진화, 동물, 인간, 그리고 사회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진화론의 개념에 대한 적확한 인지가 선행돼야 한다. 서문이나 평에서는 약간의 과학적 소양만 있으면 이 책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하나, 사실 진화론은 (나로선) 굉장히 어려운 학문이며, 생소한 개념이므로 이기적 유전자에 앞서 진화론에 대해 잠시 정리한다.

진화론의 시작은 두말할 나위 없이 찰스 다윈이다. 그는 종의 기원을 통해 진화론의 핵심 개념인 자연선택을 주장했다. 진화론의 성서와도 같은 자연선택설은 환경[자연]에 선택받은 종()만이 살아 남는 다는 것. 같은 유전자 풀에서 진화한 종이 격리된 환경에서 다른 형태의 종으로 분화되었을 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종만이 자신의 형질을 후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다윈주의는 진화생물학과 사회생물학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아니, 다윈주의로부터 진화생물학과 사회생물학이 나뉘어졌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을까. 아무튼 여기서 다룰 것은 진화생물학으로 범위를 한정한다. 사회생물학은 이후 골튼의 우생학등으로 발전하고, 이는 칼 마르크스 등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후문이 있다.)

 

이기적 유전자집단 선택설에 대한 반박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즉 위에서 언급한 자연선택의 단위가 집단인가 개체인가에 따른 구분이 논의의 전제이다. ‘집단 선택설이란 생물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진화한다는 것으로, 생물은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개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필자는 자연선택의 단위는 개체’, 유전자이며 생존하는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를 후대에 복제 하는 생존기계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여기에 최초의 유전자가 둥둥 떠다니는 원시 수프가 있다고 하자. 이 원시 수프 속 유전자는 때로 결합, 충돌, 분열하며 새로운 유전자를 만든다. 이중 어떤 유전자는 자기 복제자가 되어 자신(유전자)의 영속을 위해 자신을 복제한다. 유전자의 존재 목적은 단 하나다. 불사의 생존. 오직 생존만을 목적으로 하는 유전자는, 그러므로 이기적이다. 비약. 생태계 내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생식과 복제를 통해 유전자를 전달한다. 아니, 도킨스 식으로 표현하자면 생체를 이루는 각 유전자는 자신의 생존 기계를 이용 생식과 복제의 과정을 거쳐 생존을 이어나간다. 흔히 바이러스가 불리는 기생자 역시 숙주의 재채기나 타액 등을 이용해 자신의 유전자를 영속한다.

여기서 유전자는 왜 개체의 몸을 빌리는가, 라는 의문이 생긴다. 필자에 의하면 그것이 유전자를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라는 것. 상술하자면 유전자 하나가 독립적으로(바이러스처럼) 공기를 유영하는 것보다는, 개체를 이루는 유전자가 포식자를 감지할 수 있는 눈, 피식자를 먹을 수 있는 입(또는 위장), 유전자를 안정한 곳으로 이동시켜 주는 근육 등의 기관으로 분화, 협업하는 것이 유전자 전체가 자신의 목적(생존)을 달성하는 데 가장 효용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체를 이루는 유전자가 자신의 생존을 위한 이기적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면, 생태계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타주의공생은 어떻게 볼 것인가. 작가는 게임이론, 그중 죄수의 딜레마이론으로 이 문제를 명쾌히 설명한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결국 최선의 값은 상호 협력이며, 이기적 존재는 상호 협력을 통해 집단 전체의 이익을 꾀하는 것이 결국 각 개체의 최선의 이익임을 증명한다. 예를 들어, 사자를 만났을 때 가젤이 높이 뛰기를 한다거나, 수리부엉이를 발견한 새들이 서로에게 경고음을 알리는 것 역시 집단 전체의 이익이 결국 각 개체의 이익의 최대치를 보장해 주고, 이는 곧 그 생존 기계의 주인인 유전자의 이익이라는 것이다.

 

확장하면 자식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아끼지 않는 부모나, 자신의 부모보다 자식을 위하는 행동 모두 유전자의 보존과 연관된다. 이중 후자는 자신의 부모가 앞으로 살 시간(부모라는 생존 기계를 움직이는 유전자가 생존할 시간)보다 자식이 앞으로 살 시간(자식이라는 생존 기계를 움직이는 유전자가 생존, 번식할 시간)이 길기 때문에 오직 유전자의 생존과 보존을 최우선하도록 프로그래밍된 개체는 자식을 위해 봉사한다. 필자는 남자는 왜 한번 섹스를 한 여자에게 흥미가 떨어지는지, 여자는 왜 최초의 섹스 전까지 시간을 끌고 남자를 애태우는지 등도 모두 유전자의 관점으로 풀이했다. 흥미롭다.

 

결론 : 유전자는 이기적이다. 그 이유는 유전자에게 자신의 생존을 위한 것 말고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전자의 복제를 위한 수단인 생존기계인 각 개체도, 그러므로, 이기적이다. 그러나 이기적인 유전자[개체]의 생존과 번영은 다른 이기적 유전자[개체]와의 호혜적 관계를 통해 이뤄진다. 유시민이 왜 진보의 미래를 구상하며 이 책을 언급했는지 명징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Posted by 가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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